2025년 새해를 맞이한지도 어느덧 한 달이 흘렀다. 이제는 새해라고 말하기도 무색하지만 새해맞이 다짐 중 단점 보다 장점에 집중하기를 확장하여 영국에서 살아보니 좋은 점에 대해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얘기해 보려고 한다.
교육
아이 교육은 공립 널서리(유치원)부터 공립 초등학교 Year 1 현재에 이르기까지 2년 남짓한 기간 동안의 경험이 바탕이다. 우선 학교와 담임선생님 역량과 재량에 따라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는 점을 알아둬야 한다.
한국에서 2년간의 어린이집 경험을 하고 와서 영국에서 처음 널서리에 보냈을 때는 전혀 다른 위생 관념과 선생님들의 교육 방식이 비교가 되어 적잖이 놀랐던 기억이 있다. 사람은 환경의 동물이라 어느 정도 내려놓고 다른 각도로 보니 아이의 독립심을 길러주고, 자연 친화적인 활동에서 얻어지는 창의력과 연중 내내 습하고 서늘한 환경에 적응해나가며 내적인 강인함을 기르게 함이었다.
잘 짜인 파닉스와 영어(영국에선 국어) 커리큘럼은 본인 이름도 간신히 쓰던 아이가 문장을 쓰는 수준에 이르게 했다. 물론 아이에게 보다 더 나은 학습 기회를 주고 성과를 내고 싶다면 사교육을 시켜야 된다. 한국만큼이나 영국 중산층 이상의 가정에서는 자녀 교육에 헌신을 다한다. 하지만 이 부분은 각 가정 환경과 부모가 가진 철학에 달린 일이고, 영유아 교육에서 표면적인 분위기는 이 시기에 영어, 수학보다 책 읽기와 예체능을 통해 아이의 정서적인 성장을 돕고 내면을 풍요롭게 하는 데 집중한다. 영유아 또는 초등 저학년 교육에서 이점에 대해 대단히 공감하고 만족하고 있다.
성인 교육도 정보를 잘 찾아보면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고등 교육을 마친 후 치르는 GCSE 성적이 원했던 만큼 좋지 않을 경우 다시 공부하고 시험을 볼 수 있도록 각 지역 컬리지에 관련 코스들이 있다. 지난 GCSE 성적이 평균 이하일 경우 무료로 수강할 수 있다. 한 번의 시험으로 인생의 방향이 결정되지 않고 언제든지 다시 도전하고 일어설 수 있다. 충분히 불공평한 이 세상에서 교육의 기회라도 공평해야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살아갈 용기를 얻을 것이다.
자연
도시에는 푸릇푸릇한 녹지 공원이, 조금만 외곽으로 나가면 우거진 숲과 넓디넓은 밭들에 두 눈이 확 트이는 전경이 나타난다. 노리치에서 차로 3~40분 이동하면 해안 타운과 비치가 즐비해 있다. 춥고 더운 기온과 상관없이 해가 환하게 뜬 화창한 날에는 그곳이 어디든 집 밖을 나가면 어느덧 자연 속에 있는 나를 발견한다. 온화한 날에는 잔디밭에 앉아 피크닉을 하고, 무더운 날에는 해안가로 가 바닷바람을 맞으며 더위를 피한다.
크리스마스와 새해까지 집 안에서 웅크리고 있던 몸을 서서히 펴고 하루가 다르게 해가 길어지는 1월, 겨울 바다를 보러 크로머에 갔다. 역시나 아직 바닷바람이 세차게 불어 꽁꽁 싸매고 걸어 다녀도 추웠지만 먼지 한 톨 가만히 내려앉을 수 없는 깨끗한 겨울 해변을 마주했다.
인간관계
나이에 국한되지 않고 그게 무엇이든 하나만 통하면 대화가 가능하다. 리오 친구 부모는 우리 부부에 비해 연배가 훨씬 높다. 아이들 우정을 지지하고자 가족끼리 모여 식사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겉으로 보이는 이들의 나이 따위는 어느새 잊게 된다.
한국에서는 이웃과 알고 지내며 소통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어쩌면 필요성을 못 느꼈다는 게 더 맞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나는 가까운 친구와 지인 외에 사람에 대해 관심 없는 사람인 줄 알았다. 그런데 영국에서 만난 이웃들과 인사를 하고 안부를 전하며 소소한 스몰 토킹을 하게 되고 더 나아가 그들의 집에 초대를 받아 케이크를 들고 놀러 가기도 한다. 한국 음식에 관심을 보이는 외국인 친구에게 백김치 한 팩을 선물하기도 하고, 김밥을 여러 줄 싸서 동네에 사는 한국인 친구 집에 가져다주기도 한다.
유난히 가족애가 강한 시댁 문화도 너그럽게 품고 조금씩 곁을 내주려고 한다. 시댁과의 지난 여행에서 아주 즐거웠다고 두고두고 얘기하는 리오를 보고 나와 아이의 입장이 매우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가족 중심 주의 분위기에서 리오의 어린 시절은 안정감을 얻고 세상을 밝고 건강하게 받아들일 거라는 확신이 생겼다. 혹여나 성인이 된 리오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평생을 약속한다면 시댁 식구와 아빠처럼 가정적인 패밀리 맨이 되리라 감히 짐작해 본다.
'영국생활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국 국제 운전면허증 IDP 신청하고 해외(한국)에서 운전하기 / 외국반환면허증 조회 (0) | 2025.02.28 |
---|---|
영국 필수 보험 (1)생명보험 (+중병 질환 보장 특약) (3) | 2025.02.14 |
외국인이 한국 여행 전 필수 체크사항 / K-ETA 한시 면제 연장 및 대상 국가 (1) | 2025.02.07 |
[한국에서영국택배] 영국 관세 환불 받기│신청서 작성법 (5) | 2025.01.22 |
[한국에서영국택배] 영국 관세 미리 알고 폭탄 피하기 (2) | 2025.01.20 |